유급지원병에 대해 알아보자.

 

보통, 사람들이 군인이 되서 복무해 보다보면 상당히 재밌고 계급이 올라갈수록 내 밑의 계급들이 많아져서 뭘 해도 순탄하고 쉬워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생활에 재미를 느껴서, 병장만 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 하사로 진급하는 것을 꿈꾸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그랬다.)

 

이등병, 일병때는 나보다 윗 계급이 많아서 그런 걸 잘 모르는데, 상병에서 병장으로 넘어갈 때 쯤 되면 그 생활이 참 재미있어진다. 일은 이미 1년6개월 이상 닳아질 정도로 배워서 손에 익어 있기에 그냥 툭툭 하기만 해도 전문가 수준으로 하게 되고, 또 내 밑의 후임들이 실질적인 일은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해야 할 부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병장 시절에는 내가 놀면서 먹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우스개 소리를 하자면, 나 자신이 너무 편해서 양심이 살짝 찔릴 때도 있었을 정도다.

 

그런 환경에서 하사로 이어지게 되면 되면 그 생활을 이어서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편하기도 하고 일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다.

아마 그런 사람에게 이 제도가 맞는 것 같다.

 

유급지원병이라는 제도는 위와 같이 병장에서 마치는 것이 아니라, 하사까지 이어서 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서 만들어 놓은 제도다.

 

전체적인 틀은, 입대하기 전에 유급지원병을 하겠다고 지원을 한다. 그래서 합격하게 되면 훈련소로 입대를 한다. 이 시기에는 다른 병사들하고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훈련병 시절부터 자기 기록에 유급지원병이라고 적혀있고, 또 자대에 가서도 유급지원병, 즉 '이 사람은 군복무 마치면 이 자대에 남아서 하사가 된다' 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래서, 간부님들도 이 사람을 상당히 반기게 되고, 앞으로 함께 간부로 일할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미래의 동료 같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간부님들이 예뻐해 주시고, 큰 실수가 아니면 너그럽게 봐주는 등, 군생활이 상당히 잘 풀린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병사와 똑같이 21개월 동안 군 복무를 한 후에, 전역이 아니라 하사 임관식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하사 뱃지와 하사 마크가 달린 모자를 받고 군복도 간부용으로 새로 받게 된다.

 

월급의 경우 병사 시절에는 병사와 똑같이 받는다.

그러나 하사가 되는 순간, 이 부분을 보상받는다.

하사는 15개월을 하게 되는데, 이 15개월 동안 우선 병사 시절의 2년을 호봉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원래 처음 하사가 되면 1호봉으로 시작하는데, 유급지원병에서 하사로 진급하면 3호봉으로 시작한다. 즉, 하사 3년차와 같은 월급을 받는다.

그리고 그 15개월 동안 매월 90만원씩 더 받는다. 이것은 '장려수당'이라고 해서, 병사로 일할 때 받지 못한 하사 월급을 보상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보통 하사 3호봉이 120만원 정도이다.

그러면 거기에 90만원이 더해지니 210만원 정도를 1년 3개월동안 월급으로 받는다.

 

집은 더이상 병사들과 같이 자는 게 아니고, 간부용 숙소를 제공받는다.

원룸처럼 1인실이다. 숙소 사용료는 무료이거나 사회에 비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밥은 아침 점심 저녁 예전처럼 군대 식당에서 먹는다.

이것 또한 매월 매우 저렴한 비용만 내고 먹는다.

 

게다가 거의 공무원 신분이다. 애초에 부사관 자체가 국가 공무원이다.

하사는 9급 공무윈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지내다가 이 생활이 마음에 든다면 15개월 후 연장도 신청할 수 있다. 또, 일반 부사관 처럼 진급을 할 수도 있다. 진급을 해서 중사가 된 뒤, 장기 복무하는 것에도 신청해서 합격하게 되면 평생 국가 공무원으로 살게 된다. 큰 사고만 안 치면 정년까지도 보장이 된다.

 

훗날 정년 퇴임을 한 이후에는 매달 연금이 나온다. 20대부터 군에서 일해서 주임원사 계급으로 전역할 경우, 연금이 매달 300만원 정도씩 나온다.

 

부사관으로 일하다가 결혼을 할 경우 국가에서 집을 제공해 준다.

그래서 내 집 마련 걱정을 전혀 안하게 되고, 또 생필품은 군대 내 마트인 PX에서 매우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어서 생활비용도 현저하게 적게 들어간다. 이러다 보니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목돈을 만들수도 있게 된다.

 

한마디로, 잘만 사용하면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사다리 쯤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그냥 처음부터 부사관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실 경쟁률이 높다.

위와 같은 혜택을 부사관이 되면 누릴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장으로 전역한 후 마땅히 갈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 이리 저리 알아보다가 다시 부사관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이렇게 지원하는 사람은 그 쎈 경쟁률 대열에 공평하게 합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유급지원병 제도를 잘만 이용하면 좀 더 쉽게 부사관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겠다고 본다.

 

지원 자격은 18세 이상 ~ 25세 이하다.

1~3급 현역이어야 한다.

단, K-계열 전자조종특기는 1~2급 현역만 지원 가능하다.

 

보직 (특기)는 지원할 때 이미 정하는 방식이다.

차량 정비 등 58개 특기 중 선택 가능하다.

 

몇몇 특기는 일정 자격이 필요하다.

해당 전공 전문계고교를 3년 이상 수료했거나, 대학에서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면 가능하다.

 차량 정비 특기의 경우 운전면허가 필수조건이다.

 

입영은 논산 육군훈련소로 하게 된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병무청에 가서 관련 부서 담당자 분과 상담해 보자.

지금 당장은 해당 자격이 없더라도 담당자분께서 해당 자격증을 얻는 방법까지 안내해 주실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대에 가서 취업까지 해결되니 상당히 만족스런 군생활이 될 것이다.

 

 

 

병장 이후 부사관으로 진급하는 다른 옵션으로는 전문하사가 있다.

이것은 그냥 병사로 입대한 사람이, 위에서 말한대로 군생활에 너무 잘 적응하다가 부사관으로 진급하고 싶을 때 지원하는 제도이다.

 

지원하는 사람은 보통 상병~병장 시기에 지원을 한다.

 

지원하면 간단한 면접과 체력 평가 등을 본다.

 

되는 것도 그리 경쟁률이 높지 않아서 붙는것이 수월하다.

 

월급은 유급지원병처럼 매월 하사 3호봉 (120만원 정도)를 받는다.

전문하사의 경우, 유급지원병처럼 입대 전에 하사가 될 것을 미리 예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려수당은 매월 30만원 이다.

그래도 매월 150만원을 받는다는 건 20대 초반에게는 상당히 큰 돈이 될 수 있다.

 

전문하사의 장점으로는 하사로 복무하는 최소 복무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6개월이다.

처음에 지원할 때 길게 잡을 수도 있고 (최대 18개월), 짧게 6개월로 잡을수도 있다.

6개월 해보고 좀더 하고 싶으면 연장이 가능하다.

 

즉, 이 제도도 잘만 이용하면 군대 이후 대학교 복학하기 전에 다른 알바를 찾을 필요 없이 그냥 그 부대에서 하사로 일하면서 매월 15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셈이다.

 

필자도 병장 때 전문하사를 지원하려고 했었다.

병장 되니 군생활이 너무 재밌어서 지원하려고 했는데, 그 때 필자가 약간 소심했는지 혹시 간부님들 보시는 앞에서 체력검사에 탈락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결국 지원을 안했다.

 

전역 이후 직장에 지원하고 면접을 볼 때, 그 생각이 났다.

전문하사로 남았다면 지금쯤 이렇게 이력서 제출하고 면접보지 않아도 됬을 텐데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했다.

 

전문하사 역시 일생에서 딱1번, 군대에서 현역으로 복무 중일 때에만 찾아오는 기회이다.

그러니 그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은 잘 잡길 바란다.

 

전문하사 역시 위의 유급지원병에서 하사로 진급한 사람과 똑같이 중사로 진급도 가능하고, 중사 이후에 장기 복무 신청도 가능하다. 그래서 평생 국가공무원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

역시 주임원사 이후 정년 퇴임을 하면 매달 연금이 300만원 가량 나온다.

 

이 제도 또한 잘만 이용하면 인생 역전을 하는 상당히 괜찮은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 글에서는 어학병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Posted by -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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