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어학병 (통역병)이 되면 어디로 배치될지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사실 어학병 정도 되면, 상당히 고급 인재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육군에서 어학병을 뽑을 때는 아무나 선발하는 게 아니다.
굉장히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서 엄격하게 뽑는다.
왜냐하면 어학병은 외국 군대와 우리 군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얼굴" 또는 이미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외국 군인들이 우리 나라 군대에 대해서 받는 첫 인상을 결정하는 것도 이들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육군에서는 어학병을 상당히 까다롭게 뽑는다.
또한 통역이라는 건 애초에 아무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통역을 조금이라도 잘못 통역해서, 오역을 한다거나 하면 큰일이 난다.
외국 분들은 A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서 말했는데 중간에 통역병이 B라는 의미로 잘못 해석해서 전달할 경우, 한 두번은 괜찮을 수도 있으나,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 된다면 이것은 우리 부대와 외국 부대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피해를 입히게 된다.
따라서 육군에서는 어학병을 꽤나 엄격하게 심사하여 진짜로 통역이 가능할 만한 재능 있는 사람만 뽑는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 힘들여 뽑아놓은 고급 인재를 아무 부대에나 보낼까?
아무 사단에나 보내서 그저 일반 업무나 시키며 세월을 보내게 할까?
아니다.
육군에서도 따로 어학병 선발하는 과정을 두어서 병무청 공무원 분들의 업무를 하나 더 늘려 놓은 셈이고, 실제로 지원자들을 모아서 반드시 면접과 실전 평가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실전 평가는 역시 아무나 평가자로 기용하는 게 아니라, 해당 업무에 완전히 능숙한 전문가를 모셔와서 진행한다. 즉, 심사위원 쯤 되는 사람도 육군에서는 실력자를 모셔다가 그날 임금을 추가로 지불하던, 아니면 그 분이 육군 소속이라면, 다른 업무를 중단케 하고 오게 하던 간에, 여튼 특별히 모셔와야 한다.
이처럼 업무 가중도가 높은 선발 과정을 굳이 거쳐가면서까지 뽑았는데, 그런 인재들을 아무데나 그저 보내서, 대충 간부님들 심부름이나 하는 용도로는 절대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통역병으로 지원하시는 분들은 일단 맡겨 될 업무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다.
가끔 보면, 군대에 특정 보직으로 뽑혔는데, 그와 전혀 다른 보직에 발령나면 어쩌나 하는 우려들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군대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생겨나는 질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각 특기는, 위에서 언급한 것 같이 특별히 서류전형과 면접을 진행하여 병무청 선생님들의 업무 가중도를 높여가면서까지 피곤한 과정을 거쳐 선발한다. 그렇게 뽑은 병사들은 반드시! 제각기 그 특기에 맞는 부대와 보직으로 발령하게 정해져 있다.
이것과 관련해서, 필자의 이야기를 하나 해보도록 하겠다.
필자가 한창 군에서 복무하던 시절, 어느 신병이 들어왔다.
들어보니, 특정 특기에 합격해서 들어온 신병이었다.
(그 신병의 사적인 부분을 위해서 어느 보직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 친구는 알고보니 사회에서 해당 업무에 대한 실무 경력도 꽤 있었고, 그러한 경력과 함께 또 학교 전공도 관련 전공을 하고 있었기에 합격점을 받아, 그 특기로 군대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그 업무를 하지 못할 개인적인 결함이 생기고 말아버렸다. 이는 건강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역시 그 친구의 사적인 부분이라서 밝히진 않겠다. 다만,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해당 업무를 하는데에 지장이 생기고 말았다. 그래서 그 업무를 못하자, 간부님들과 면담을 하여 필자가 있던 보직으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의 후임으로 일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가 놀란 것은, 그렇게 한 병사의 보직을 변경할 때 거쳐야 했던 과정이었다.
일단 신병이 오더라도 애초에 그 신병의 보직을 정할 때에는 반드시 상급 부대에 정식 의뢰서를 보내어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허가가 나면, 그것이 다시 일련번호가 적혀있는 명령서의 형식으로 상급부대에서 내려온다. 이것을 '인사명령서' 라고 부른다.
한편, 그렇게 한번 정해진 보직이 부득이한 이유로 중간에 변경되어야 할 때에는 그냥 대충 아무일이나 해 라고 하는 게 절대 아니다. 이때도 반드시! 상급부대에 의뢰서를 제출하고, 상급부대의 인사행정과에서 승인이 나면 그제서야 이 병사의 보직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단 한 사람의 인사 배치 혹은 복무 중 인사 이동이라도 상급부대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주시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혹자가 의혹을 품는 것 처럼, 신병에게 대충 아무 보직이나 맡길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아니다.
필자도, 위에서 언급한 그 병사를 그냥 아무 자리에나 앉히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저토록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서 변경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란 적이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모든 신병은 상급부대에서도, 그리고 자대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부대에 전입 오게 된 신병을 아무 자리에나 앉힌다는 것은, 곧 그 부대 간부님들의 업무 태도가 불량하다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간부님들은 절대로! 그런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이 뽑힌 특기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보직에 배치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어학병 또는 통역병은 보통 어떤 부대로 배치되는 걸일까?
부대 배치와 관련해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필자가 있던 부대의 경우, 그 인근 부대 어딜 가도 통역병이나 어학병은 만날 수가 없었다.
또한 필자는 기독교인이다. 그래서 주말마다 부대가 속한 지역의 군 교회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필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군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인근 부대에 있는 군인 중 기독교인은 주말마다 모두 그 교회에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많은 군인 중 단 한명도 통역병이나 어학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통역병에 준하는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많았다. 예를 들면, 필자와 함께 군 교회에 다니던 어느 장병들은, 한 사람은 미국의 아이비 리그 대학에 다니다가 군대 때문에 잠시 한국으로 복귀한 사람으로, 굉장한 어학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또 한 사람은 해외 거주 경력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그러나 이들은 제각기 다른 특기를 선호해서 그 특기로 선발된 경우였고, 어학병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어학병이라는 것 자체가, 외국 부대와 교류를 많이 하는 부대에서만 필요한 보직이다. 겨우 1년에 한 두번 써먹으려고 어학병을 뽑는, 그런 비효율적인 부대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외국과 자주 교류를 하는 부대라면 육군 본부나 혹은 그와 비슷한 수준의 부대일 것이다. 필자가 있던 부대는 군 병원이었으니 당연히 어학병이 없다. 왜냐면 외국 병사는 애초에 우리 국군 병원에 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가 속해 있던 지역의 대부분의 부대들은 전투 부대였다. 당연히 전투에 치중하지, 주한 미군이라던가 해외 어느 국가와 교류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런 건 역시 육군 본부나 그에 준하는 부대들에서 알아서 다 처리해 준다.
그러니, 어학병을 지망하는 분들은 그 업무가 아주 많이 필요한 곳에 배치된다고 생각하고 지원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기존에 어학병으로 선발되서 입대한 분들이 아주 많이 있을 것이다. 그분들과 함께 어학에 관한 전문적인 업무를 맡다가 전역하시면 될 것이다.
전역하여서 이제는 국내의 대기업이라던가 국내에 와 있는 해외 기업의 핵심 부서에 입사 해서 실력을 발휘해 주시라. 그래서 우리 나라가 좀더 잘사는 나라가 되는데에 기여해 주셨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축구 월드컵도 있었고, 요즘은 아시안 게임도 개최되고 있는데, 우리 나라가 경제적으로도 다른 나라보다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쪼록 여러분이 이 시대의 주역이다. 군에서 좋은 보직을 맡으시고, 또 전역 후에는 좋은 직업도 맡으셔서 세계에 우리 나라를 알리는 주역들이 다 되시길 기원 드린다.
꿀팁을 덧붙이자면, 군대에 있을 때에는 교회를 나가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주말이 상당히 다이나믹하게 된다.
일단 교회는 재밌다. 보통 군대에서는 외출은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정해진 횟수에만 바깥 외출이 가능한데, 주말마다 교회를 가게 되면 매주 일요일마다 공짜로 바깥에 외출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게다가 군에서 군 전용 버스까지 보내서 모셔가는 경우도 있다.
간식도 항상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게다가 자기 부대 사람들만 알고 지내면 군 생활하는 동안 매주 똑같은 그 세월이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교회를 가게 되면 매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상당히 재미있게 된다. 한명 한명 친구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니 군에 있을 땐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걸 적극 추천한다.
다음에는 또 다른 보직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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